소양산과 느랏재
어제 퇴근하면서 술자리가 있었고 좀 늦게 많이 마신탓으로 머리가 많이 아팠다 잠에서 깨었을땐 비도 많이 내려
산행을 포기할까 하다가 짧게 가는 가을이 너무 아쉬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쉬는 날이면 항상 산행을 했으나 지난 10월엔 슬픈일이 있어서 산행을 제대로 하지를 못했다
병마와 싸우던 친구가 끝내 저 세상으로 가 그 충격이 미처 가라앉지도 못했는데
며칠전에는 동생이 갑자기 쓰러져 일주일만에 또 저 세상으로 가는 슬픔을 겪었다
이런저런 일로 산행을 쉬었더니 몸도 편치않아 역시나 산행은 꾸준히 이어져야한다는 생각이 들고~~
매년 요맘때면 춘천에서 홍천구성포로 이어지는 56번도로를 찾아보곤했는데~~~
올해도 좀 늦은감은 있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찾아간다
#소양산에서 느랏재방향으로 내려오다가 간벌지역에서 조망되는 느랏재쉼터와 춘천분지능선중 대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산행일시;2014.11.02 11;20~14;30
산행코스;용천암~빙산갈림길~소양산~느랏재정상~평촌마을~56번국도평촌리 정류장
누구와;나 혼자
오늘 산행시간이 많이 늦었다 춘천역에 내리니 10시45분이 되고 택시비라도 절약할겸 춘천역앞 캠페이지 터 도로를 가로지른다
인성병원을 지나 명동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후평동에서 내리니 아무래도 택시비는 적게 나오겠지
후평동에서 택시를 타고 도심을 빠져나와 한적한 잼버리도로를 달려 승용차 두대가 주차돼있는 용천암에 내리니 택시비 7200이 나온다
작은 주차장엔 시들어가는 단풍나무가 햇살을 받아 빛나고 활짝핀 억새 한 무더기가 가을을 얘기하는 뒤로는 오늘 가야할 능선이 엷은 안개속으로 길게 보여진다
잠깐 내려가 용천암을 구경할까하다가 산행시간이 너무 늦어 도로를 건너 바로 산으로 들어간다
간벌된 곳으로 들어서니 한쪽으로 길이 나있고 건너편으로는 연산골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엷은 안개에 쌓여있다
간벌지역을 다 올라 능선에 오르니 산넘어 동네 월곡리가 잎떨어진 나무가지사이로 내려다 보이고
걷기좋은 능선엔 어느새 낙엽이 수북이 쌓여 지난 비에 구수한 냑엽냄새가 올라온다
바람까지 세게 불어 나뭇잎은 비처럼 내리고 스산한 나뭇가지사이로 어느새 물들어진 낙엽송이 노랗게 보인다
봉우리 몇개를 오르내렸을까 이제 주능선을 만나고 느랏재가 3.7km남은 오늘의 첫 이정목을 만난다
이쯤해서 수북한 낙엽에 털썩 주저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간식을 하고 건너편의 물든 능선을 보며 잠시 쉬어간다
처음에 택시에서 내릴때 용천사에서 오르는 산길이 보이지않아 작은 계곡으로 올라왔었다 지금 생각하니 도로를 한참 더 올라가야했던것같다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얼마전엔 꽤나 아름다웠을 말라비틀어진 단풍나무가 계속 나타나고 산길엔 낙엽이 수북하다 아직 지나간 산객하나 없고
마주치는 산객도 없다 오로지 나 혼자 제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이어간다
역시나 낙엽이 가득한 소양강댐으로 이어진다는 갈림길을 지나고 왼쪽 아래로는 소양댐의 푸른물이 나뭇가지사이로 보여지기 시작한다
비온후의 쌀쌀한 날씨가 댐쪽에서 올라오는 바람과 함께 몸을 더 차갑게 하고 가파른 길을 올라 오랜만에 소양산정상에 선다
#소양산정상의 산불감시탑
빙둘러 나무를 좀 쳐 주면 기가막힌 전망대가 될것인데 올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들고 엷은 안개사이로 대룡산이 덩치크게 보여진다
세찬 바람을 피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준비해간 따끈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급경사를 내려가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낙엽송지대를 지난다
잠시 더 가니 이곳의 낙엽송은 다 시들어 세찬 바람에 비가오듯 노란 잎을 마구마구 떨궈내고 바닥엔 노랗게 바늘같은 낙엽이 쌓여있다
느랏재로 가는길 ~~저 현수막쪽으로 직진하면 수리봉갈림길인 삼거리지나 춘천분지 능선길로 이어지고 나는 버스시간을 맞추려 오른쪽으로 난길을 택해 느랏재 터널방향으로 간다
나뭇가지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부서져내리는 능선을 조망하고
임도로 내려서기전 간벌지대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곳에서 보는 조망이 오늘 산행중의 최고 조망터가 될줄이야
발아래로 느랏재쉼터를 돌아내려오는 국도가 선명하고 그 위아래로 막바지로 가는 가을이 그대로 조망이 되면서 그동안 막혔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국도아래로는 감정리마을이 길게 늘어져있고 그 뒤로는 춘천의 봉의산과 그 옆을 흐르는 소양강물이 엷은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다
오늘 날씨만 좋았다면 최고의 조망을 선사할텐데하는 아쉬움을 안고 임도로 내려선다
느랏재로 이어지는 임도에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산벗나무단풍이 곱게 내려앉아있다
세월교8.3km란 이정목이 있었는데 어디론가 떨어져나가고 그 기둥만 남아있는 느랏재정상에 도착을 한다 그 기둥옆엔 잣수확을 하는지 큰 마대자루에 가득 담긴 잣이 몇마대 쌓여있고 그 무게가 궁금하여 들어보니 아주 묵찌륵하다 잣을 따는 것도 힘들겠지만 이것을 운반하는데도 꽤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고 좁게 난 길을 따라 느랏재를 내려서 마을로 향한다
잣나무사이길로 길이나 그 길을 따르는데 어느만큼인가 가니 아래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어 그길을 따라 내려간다
아마도 이길은 작업하는 길이었는지 점점 희미해지더니 아예 길은 없어지고 정글같은 숲을 헤쳐 얼굴을 긁히며 내려오니 작은 계곡을 만나게 된다 계속 이길을 따르면 마을이 나오겠지만 도무지 진행할수없을 정도로 얽히고 설켜 더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다시 산위로 올라가니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얼마만인가 드디어 사람다닌 흔적이 나타나는 길이 보여지고 잠시 더 내려오니 이제서야 제대로 된 길이 나타난다
지금 내려와 지나온곳을 올려다보니 잣나무숲의 갈림길에서 앞으로 더 나가 산허리를 돌아야 제대로 된 길이 아래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이곳의 지대가 아직은 꽤 높은지 가리산방향의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오고 내려선 느랏재가 햇살에 환히 비춰지고 있다
#제대로 된 길을 찾고 나서야 올려다본 느랏재
#평촌마을앞의 능선뒤로 가락재에서 대룡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
이 깊은 골짜기에도 뭔 공사를 하려는지 포크레인 한대가 올라와있고
길은 아주 편하게 이어진다 이제는 계곡물이 제법 많이 내려가 반반한 바위에 앉아 양말을 벗어 찬물에 발을 씻고 얼굴을 닦으니 지난 밤 마신술이 이제서야 확 깬다
이곳에도 작은 조립식 건물이 있고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사는 흔적은 없어보인다
벌초를 했는데 다시 풀이 자란 우리묘를 만나고 햇살가득 받는 묘에 잠시 앉아 마을을 내려다본다
내가 나고 자란 평촌마을이 계곡옆으로 이어져 마을을 이루고 아직도 이곳에 살고 계신 아주머니를 찾아 인사를 할까하다가 버스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바로 국도로 올라간다
이곳마을엔 찻길이 없었다 처음에 산 중턱에 길이 생겨 마을 사람들은 차를 타려고 그 가파른 오름을 해야 버스를 탈수 있었고 한참후에야 그 길에서 마을까지 길을 만들어줘 작은 차들만 이곳 마을까지 내려올수 있었다
평촌리 정류장에 오르면서 오늘의 산행은 마무리되고 버스정류장주변을 돌아다니며 남은 버스시간을 기다린다
정각 세시에 버스가 들어오고 그 버스를 타고 춘천을 나온다 중앙로에서 환승해 소양2교 근처에 있는 남촌막국수집에서 막국수 한그릇먹고 춘천역에서 청춘열차로 돌아온다
#소양2교근처 막국수집에서 춘천역가면서 본 봉의산의 가을
#춘천역으로 걸어가면서 걷게되는 은행나무가 노란잎을 다 떨궈내고 그 잎이 바닥에 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