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경보속의 삼막사 가는길
5년만에 서울에 한파경보가 내려졌다 오늘 영하17도에 체감온도는 훨신 아래라고 하는데~~
모처럼의 휴일이지만 따로 산행 예약해 놓은곳도 없고 내일 월요일도 쉬는날이라 느긋하게 아침을 보내다가 찬바람이 어느정도인가 느껴보고싶어 간단히 배낭챙겨 뒷산을 찾아간다
독산역에서 출발하는 청색 1번 마을버스를 타면 시흥사거리를 지나 호압사입구를 돌아내려온다 그 버스를 타고 벽산5단지 정류소에 내리는데 정말 춥기는 춥다 텅빈 정류장 나무의자에 배낭을 올려놓은채 산행준비를 하고 굴다리를 지난다
굴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서울둘레길 이정목을 만나고 그 계단을 잠시 올라 따르면 왼쪽으로 호암산등산로안내도와함께 잘 정비된 산길을 만나게 된다
가슴이 시리도록 찬바람을 맞아가며 잘 가꾸어진 소나무 숲길을 지나올라가니 쿵쿵소리가 난다 가까이가서 보니 약수터물이 얼었는지 그걸 두드리느라 나는 소리였고 역시나 춥기는 많이 춥구나를 느끼게된다
그 숲길을 다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소나무숲이 끝나면서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게되고 제법 가파른 오름을 하게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을 얼마 안 올라 어느새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시작되고 한파경보 내려진 오랜만의 찬바람이 몸속으로 마구 파고든다 날씨는 춥지만 조망은 대체로 좋아 한강넘어 월드컵경기장지붕이 선명하게 보여지고 그 뒤로 북한산의 능선들이 도봉산쪽으로 이어진것 긴 능선이 보여진다
눈을 돌려 서쪽으로도 시흥시와 인천쪽의 밀집된 아파트들이 보여지고 비행기가 내려지는 김포쪽으로도 시원하게 조망이 된다
안양쪽 수리산의 관모봉과 쭉 이어지는 능선상의 수암봉이 우뚝함이 선명하고 바로옆 광명역주변으로의 얕으막한 산줄기들도 시원하게 보여진다
잠시동안 찬바람을 맞아가며 엉덩이가 시리도록 차거운 바위에 앉아 조망을 하니 이 차거운 겨울도 소중하기만 하고 이제는 몸을 일으켜 능선으로 향한다
도심의 산 답게 잘 조성된 산길을 허연 입김을 연신 뿜어내며 잠시 오르니 능선에 닿고 오른쪽으로 가면 석수역을 지나 관악역으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가면 호암산 장군봉과 삼막사가는 길로 이어진다
날씨는 차겁고 오랜만에 석수역으로 내려설까 망설이다가 그래 오랜만에 삼막사길이나 걸어보자하고 찬우물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 가지않아 찬우물이정목을 만나는데 이제서야 겨우 한사람을 만나게되고
바가지가 걸려있는 우물을 찾아가는데 이 추위에도 물이 흘러나와 놓여진 바가지에 넘쳐흐르고 있다 어찌나 반가운지 바가지를 들어 연신 두바가지를 마시는데 이 추위에 의외로 물이 차지가 않고 미지근한 느낌이다 거참 희한한 일이네
어렸을적 나 자란 강원도 마을엔 마을 아래쪽에 빨래터가 있었다 동네 어머니들이 빨래감을 한동이씩 이고와 방망이로 두들겨가며 옷을 빨곤했는데 어찌된셈인지 다른 개울물과 계곡물은 꽝꽝 얼어있어도 이 빨래터는 얼지않고 항상 일정한 물이 흐르는게 이상했었다
요즘 그 흔한 고무장갑하나 없이 맨손으로 빨래를 했었는데 그럼 이 물도 그 닥 차지가 않았단 말인가
물을 마시고 다시 산길로 나와 길을 걷는데 다른때같았으면 산객들로 꽉 찼을 산길이 텅 비어있다 정말 춥기는 춥나보다
건너편 관악산의 안테나들이 보여지고
삼성산도 많이 가까워졌다
서울대에서 오르는 길과만나는데도 산객은 어쩌다 한명씩 지나가고
발아래 경인교대가 보여지는 능선을 지나가게된다
삼성산국기봉을 얼마 안남긴 깔딱고개삼거리에 도착을 하기전 언제나 따뜻한 햇살을 받는 양지바른 바위를 만나는데 오늘은 산객이 없어 텅 비어있다
난 항상 이 길을 걸을 때면 이 자리에 앉아서 간식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고 싶었으나 많은 사람들로 내 자리는 없었는데 오늘은 온전히 내 차지가 된다
작은 배낭에 준비해간 떡 한조각과 가방에서 시원해진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따스한 햇살을 받는데 오늘 역시나 춥기는 매우 춥다
한동안 찬바람을 맞아가며 해바라기를 하다가 몸을 일으켜 깔딱고개 삼거리에 도착을 하고 잠시 갈등한다 삼막사를 갔다가 관악역으로 내려설까 이길로 그냥 서울대로 내려설까 고민하다가 오늘밤 무박산행을 할지도 모르니 그냥 서울대로 내려서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던길 ~~오늘 정말이지 산객들이 없다 날씨 춥다고 다 들 집에 있는거겠지 난 그래도 이 추위에 나 왔는데 ~쩝
텅 비어있는 산길을 내려와 삼거리에 닿는데 이제서야 사람들 소리가 웅성웅성한다
만나는 계곡은 하얗게 꽝광 얼어있고
가끔씩 마주치는 산객들의 입에선 연신 허연 입김이 길게도 나온다
오르내리는 사람없이 그저 조용하기만 한 넓다란 길을 한동안 내려오니 날머리관악산입구에 도착을 하고
날씨가 안내되는 기상청의 전광판을 보니 영하 15도를 가리키고있다
터널공사로 어수선한 입구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하며 한파경보속의 짧은 산행을 마친다